묵상 낙서장/2025년 매일성경 묵상

4월 14일 월요일 누가복음 22:24-38

은혜입은자 2025. 4. 15. 00:15

 

29 내 아버지께서 나라를 내게 맡기신 것 같이 나도 너희에게 맡겨

 


 

1. 예루살렘에 가까이 갈수록 제자들의 주된 관심사는 “누가 큰 자인가?”였습니다. 예수님과 함께한 마지막 유월절 만찬 자리에서조차 제자들은 서로 변론했습니다. 자신들의 마음속에 있던 욕망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며 다투었던 것입니다. 만약 이들이 지금 이 만찬 자리가 어떤 의미인지를 알았더라면, 또 예수님께 어떤 일들이 닥칠지를 알았더라면, 결코 누가 큰 자인지 다투지 않았을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제자들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예수님의 말씀을 온전히 깨닫지 못한 채, 여전히 서로 다투고 있었습니다.

 

2. 세속적인 욕망을 감추지 않은 채 제자들이 다투고 있을 때, 예수님은 역설적인 진리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이방 나라, 즉 세상의 나라에서 ‘큰 자’와 하나님의 나라에서 ‘큰 자’는 완전히 다릅니다. 그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나라를 다스리는 ‘주인’, 즉 ‘왕’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세상의 왕은 백성을 위해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을 위해 백성 위에 군림하며, 그들로부터 ‘은인’이라 불리기를 즐기는 권력자입니다. 이런 세상에서 백성들은 더 높은 자리, 더 큰 칭송을 목표로 살아가고, 그 삶의 우선순위는 결국 ‘나’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나라와 그 나라의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는 그렇지 않으십니다. 예수님은 섬김을 통해 하나님의 나라를 다스리셨습니다. 이 땅에 섬기는 자로 오신 예수님은 제자들과 동고동락하시며, 그들 가운데에서 섬기는 자로 계셨습니다. 예수님은 몸소 ‘큰 자가 섬겨야 한다’는 진리를 실천하셨습니다.

 

3. 하나님은 예수님께 하나님 나라를 맡기셨고, 예수님은 희생과 섬김으로 하나님 나라를 섬기셨습니다. 이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그 나라를 맡기십니다. 즉, 제자들은 예수님의 대리자로서 예수님처럼 사랑의 섬김으로 주님과 함께 하나님 나라를 섬기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하나님의 나라를 맡기신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들이 어느 정도 성숙했기 때문에? 믿음이 굳건했기 때문에? 이미 섬기는 삶을 살고 있었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제자들은 여전히 예수님을 정치적인 메시야로 오해했고, 서로 누가 큰 자냐며 다투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예수님께서 잡히실 때, 모두 도망칠 자들입니다. 그럼에도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하나님 나라의 대리자로 세우신 것은 그들이 예수님과 늘 함께 한 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제자들은 늘 예수님과 함께하며 예수님께서 시련 속에서도 어떻게 묵묵히 순종의 길을 걸으셨는지, 어떻게 기도하셨는지, 어떻게 죄인을 섬기며 그들을 사랑하셨는지 직접 보았습니다. 무엇보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섬김을 직접 받은 자들이었습니다. 예수님은 그들을 포기하지 않으셨습니다. 끝까지 가르치셨고, 섬기셨으며, 본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렇게 예수님과 동행하며 직접 보고 경험한 것들이, 제자들에게 변화된 삶의 근거가 되어, 결국 예수님의 대리인으로 하나님의 나라를 섬기게 된 것입니다.

 

4. 우리 역시 제자들과 다르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어쩌면 제자들보다 더 세속적인 욕망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세상에서도, 교회 안에서도 우리는 섬김을 받기를 원합니다. 더 높은 자리에 오르기를 원하고, 더 많은 것을 소유하기를, 더 많은 인기와 명성을 얻기를 바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은 오늘 우리에게 하나님의 나라를 맡기기를 원하십니다. 그것은 우리가 어떤 능력이 있어서도, 무언가를 해낼 수 있어서도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그런 위인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우리와 함께하실 때, 가능한 일입니다. 예수님을 더 깊이 알아갈 때, 그분과 더 깊은 교제로 나아갈 때, 그리고 예수님께 더 가까이 나아갈 때, 우리 안의 세속적인 욕망을 내려놓고 큰 자이신 예수님처럼 섬기는 자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마지막까지 가르치시고 기다리셨듯, 오늘도 예수님은 우리를 기다리고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