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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각하는 그리스도인
나의 낙서장/끄적끄적

오늘 놓친 한 끼는 돌아오지 않는다.

by 은혜입은자 2025. 4. 3.

2021.7.17.(토)


1.코로나바이러스 4차 대유행으로 다시 일상이 멈췄다. 멈춤은 일상에 크고 작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리 대단하지 않고 화려하지 않아도 소박한 일상이 주던 작은 행복을 잠시 미뤄둬야만 했다.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아내와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던 소소한 일상을, 보기만 해도 마음이 시원해지는 계곡에서 아이들과 함께 치던 신나는 물장구도, 언제나 마음의 평안과 삶의 지혜를 주시는 부모님과 함께 했던 시간을 잠시 미뤄두었다. 

2.하지만, 다른 것은 다 미뤄둘 수 있어도 매일 삼시세끼 먹는 끼니는 미뤄둘 수 없고, 멈출 수 없다. ‘사람은 먹기 위해 살지 않고, 살기 위해서 먹는다’라는 말이 있다. 먹는 것이 삶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먹는 것을 미뤄두거나 멈출 수 없다. 사람은 살기 위해서 먹어야 하고, 사람은 먹어야 살 수 있기에 먹는 것은 생각보다 대단히 중요하다. “삶은 먹는 것이다”라고 정의를 내려도 큰 무리가 없을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은 한 끼니도 멈출 수 없다. 

3.코로나19바이러스 발생이후 대부분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반대로 호황을 누리는 곳도 있는데, 바로 온라인 식재료 배달업체이다. 업체마다 경쟁적으로 반값 할인, 새벽배송 등 열띤 마켓팅을 하며 코로나로 시작된 뉴노멀 시대에 없어서는 안 되는 일상이 되었다. 언제 아내와 아이들과 시장이나 마트를 갔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가족들이 잠든 이른 새벽에 출근하기 위해서 현관문을 여는 순간, 이번 주 우리 집의 일용할 양식을 책임지기 위해 배달된 식재료 상자가 보였다. 상자를 주방으로 옮기면서 ‘한 끼 대충 먹자’, ‘아무거나 먹자’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나에게 “오늘 놓친 한 끼는 돌아오지 않는다.”라는 슬로건이 유독 눈에 뛰었다. 슬로건에서 기업의 브랜드 가치관을 엿볼 수 있었다. 오늘 놓친 한 끼는 내일 두 끼 아니 세 끼를 먹는다고 해도 채워질 수 없다. 한 끼는 단순히 음식 총량의 문제가 아니다. 오늘 놓친 한 끼는 이제 영원히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오늘 한 끼는 반드시 오늘 먹을 때 의미가 있다. 그래서 이 업체는 제대로 된 한 끼에 믿음을 담은 것 같다. 제대로 된 한 끼는 지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지금, 이 순간을 더 소중히 채워 준다는 믿음 말이다. 

정성이 담긴 한 끼, 사랑이 담긴 한 끼가 지금을 행복하게 한다. 코로나19바이러스의 계속되는 확산과 찌는 듯한 무더위와 잠 못 이루는 열대야로 지쳐가는 요즘, 지친 몸을 일으켜 줄 보약 같은 한 끼가 그립다. 

4.몸을 가진 모든 존재는 먹어야 살 수 있기에 본능적으로 먹을 것을 찾는다. 몸은 먹을 때 존재한다. 동시에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피조물된 성도는 몸을 위한 음식뿐 아니라 영혼을 위한 음식도 먹어야 한다. 종종 이것을 영의 양식이라 부르며, 우선권을 주었다. 그러나 새로운 피조물은 몸과 영을 나누어 구분하지 않는다. 몸과 영은 존재의 양식이 다를 뿐 하나이며 연결되어 있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한 쪽의 결핍은 다른 한 쪽의 결핍으로 이어지고, 반대로 한 쪽의 과잉은 다른 한 쪽의 과잉으로 이어진다. 건강의 해악이 결핍과 과잉에 있다면 건강의 비결은 균형에 있다. 오늘 몸의 건강을 위해 제대로 된 한 끼가 필요하듯 영을 위해 제대로 된 한 끼도 절실히 필요하다. 오늘 내 영이 놓친 한 끼도 결코 돌아오지 않는다. 내일 많이 먹는다고 채워질 수 없다. 오늘과 내일이 다르듯 오늘과 내일 채워주시는 은혜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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