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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각하는 그리스도인
묵상 낙서장/2025년 매일성경 묵상

4월 16일 수요일 누가복음 22:54-71

by 은혜입은자 2025. 4. 16.

 

61 주께서 돌이켜 베드로를 보시니 베드로가 주의 말씀 곧 오늘 닭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 하심이 생각나서

 

62 밖에 나가서 심히 통곡하니라

 


 

 

1. 예수님이 체포되어 끌려가실 때, 다른 제자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져 도망쳤습니다. 하지만 베드로는 용기를 내어, 끌려가시는 예수님을 멀찍이 따라 대제사장의 집 뜰까지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한 여종이 베드로를 알아보고, “이 사람도 예수님과 함께 있던 자다!”라고 말합니다. 베드로는 깜짝 놀라며 예수님을 모른다고 부인합니다. 위기의 순간이었지만, 그는 자리를 떠나지 않고 계속 그 자리에 머물렀습니다. 그러나 또 다른 사람이 그를 알아보고, “너도 예수의 무리 중 하나다!”라고 말하자, 이미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던 베드로는 또다시 예수님을 모른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한 시간쯤 지났을 때, 또 한 사람이 “이 사람도 갈릴리 사람이니 분명 예수와 함께 있었던 사람이다!”라고 말하자, 베드로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예수님을 모른다고 부인했고, 그 순간 닭이 울었습니다.

 

2. 예수님 곁을 떠나지 않으려 했던 베드로의 행동은, 인간적으로 보면 충분히 용기 있는 행동이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예수님과 함께 죽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던 베드로는, 결국 마음속 깊은 두려움과 의심 앞에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그 이유는 단지 믿음이 부족해서도, 예수님을 사랑하지 않아서도 아닙니다. 베드로는 자신의 열정과 의지, 그리고 능력을 너무 믿었습니다. 자기 확신이 너무 컸던 것입니다. 그는 이 경험을 통해, 인간적인 결단만으로는 예수님을 끝까지 따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믿음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우리의 열정이나 의지, 능력만으로 되는 일이 아닙니다. 실제 삶 속에서 믿음이 드러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3. 결국 베드로는 닭이 울기 전에 세 번 예수님을 부인하게 됩니다. 그리고 닭 울음소리가 울려 퍼질 때, 예수님은 돌아서서 베드로를 바라보셨습니다. 두려움에 휩싸여 정신없이 예수님을 부인하던 베드로의 눈과 그 모든 상황을 알고 계신 주님의 눈빛이 마주쳤습니다. 그 순간, 베드로는 예수님께서 하셨던 말씀 “닭 울기 전에 네가 나를 세 번 부인할 것이다”를 떠올립니다. 그리고 그는 그 자리를 뛰쳐나가 말로 다 할 수 없는 슬픔과 회한 속에서 통곡했습니다.

 

4. 예수님의 눈빛을 마주한 사람은 그 눈빛 속에서 양심의 울림과 고통을 느낍니다. 하지만 예수님이 베드로를 바라보셨던 그 눈빛은 책망의 눈빛이 아니라, 긍휼과 사랑의 시선이었습니다. 사실 우리를 무너뜨리는 건 ‘죄’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죄를 용서하시려는 예수님의 은혜와 마주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피로 우리를 씻으시고, 말씀으로 정결하게 하시는 주님의 은혜와 대면하지 못할 때 우리는 회복될 수 없습니다. 사람은 주님의 은혜의 시선과 마주칠 때에만, 그 말씀이 기억날 때에만, 진심으로 죄를 회개하고 돌아설 수 있습니다. 믿음의 길은 결코 결심이나 열정, 의지만으로 걸을 수 있는 길이 아닙니다. 그것들은 우리를 끝까지 지탱해주지 못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주님의 은혜의 시선을 경험할 때, 은혜의 말씀을 붙잡을 때, 우리는 더 이상 내 힘이 아니라 주님께 붙잡힌 은혜의 힘으로 유혹을 밀어내고, 두려움을 이기며, 믿음의 길을 걸어갈 수 있습니다.